돌에서 금속을 꺼내다.
사람들은 공작석 같은 광석을 숯불에 넣고 가열하면 구리가 녹아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광석 속 산소를 탄소가 빼앗는 환원 반응이지만, 이 원리가 밝혀지기까지는 6,000년이 더 걸립니다.
청동을 녹이던 불꽃부터 AI가 설계하는 분자까지
화학은 이론보다 기술로 먼저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은 광석에서 금속을 뽑고, 합금과 유리와 염료를 만들었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돌에서 금속을 꺼내다.
사람들은 공작석 같은 광석을 숯불에 넣고 가열하면 구리가 녹아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광석 속 산소를 탄소가 빼앗는 환원 반응이지만, 이 원리가 밝혀지기까지는 6,000년이 더 걸립니다.
구리와 주석을 섞으면 더 단단해진다.
구리에 주석을 섞은 청동은 순수한 구리보다 훨씬 단단해 무기와 도구를 바꿔 놓았고, 한 시대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섞는 비율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익힌 합금 기술입니다.
시신을 수천 년 보존하는 방법.
이집트인들은 천연 탄산나트륨인 나트론으로 시신의 수분을 빼고 송진과 향료로 처리해 미라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시기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는 유리, 유약, 안료, 향수도 만들어졌습니다. 모두 경험으로 쌓은 화학이었습니다.
더 높은 온도, 더 흔한 금속.
철은 구리보다 훨씬 높은 온도가 필요해 다루기 어려웠지만, 광석이 흔해 일단 제련법이 퍼지자 도구와 무기의 재료가 됐습니다. 탄소를 조금 섞으면 더 단단한 강철이 된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게 됩니다.
그리스에서는 반대로 실험 없이 물질의 본질을 사변했습니다. 이때 세워진 4원소설은 2,000년 동안 연금술의 이론적 근거가 됩니다.
흙, 물, 공기, 불.
더 쪼갤 수 없는 알갱이.
레우키포스와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물질이 더 나눌 수 없는 원자와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에 밀려 2,000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돌턴에게서 되살아납니다.
성질을 바꾸면 원소도 바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4원소를 뜨거움·차가움, 건조함·습함이라는 성질의 조합으로 설명했습니다. 성질을 바꾸면 한 원소가 다른 원소로 변할 수 있다는 이 생각이 납을 금으로 바꾸려는 연금술의 이론적 근거가 됩니다.
연금술은 흔히 미신으로 여겨지지만, 증류와 결정화 같은 실험 기법과 기구를 발전시킨 화학의 직접적인 조상입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작해 이슬람 세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고, 중국에서는 불로장생을 좇다 화약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스 철학과 이집트 기술의 만남.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의 원소 이론과 이집트의 금속·염료 기술이 만나 연금술이 시작됐습니다. 파노폴리스의 조시모스는 증류 장치와 실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초기 연금술사입니다.
이슬람 연금술의 이름.
자비르의 이름으로 전해지는 방대한 저작들은 증류, 결정화, 승화 같은 기법을 체계적으로 다뤘습니다. 실제로는 여러 저자의 글이 그의 이름으로 묶였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알코올(alcohol), 알칼리(alkali), 연금술(alchemy)은 모두 아랍어에서 온 말입니다.
물질을 분류하고 실험 기구를 정리하다.
페르시아의 의사이자 연금술사인 알라지는 물질을 광물, 식물, 동물성으로 분류하고 실험 기구와 절차를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그는 연금술을 신비주의보다 실험 기술로 다뤘습니다.
불로장생약을 찾다가 만든 폭발물.
중국의 연단술은 금보다 불로장생의 약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초석, 황, 숯을 섞으면 격렬하게 탄다는 것이 발견됐습니다. 송나라의 군사 백과사전 『무경총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약의 제조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금속을 녹이는 산.
13~14세기 유럽 연금술사들은 질산과 황산 같은 강산을 만들어 냈고, 질산과 염산을 섞은 왕수가 금까지 녹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기록들은 자비르의 이름을 빌린 ‘위 게베르’의 저작으로 전해집니다.
연금술의 목표가 금 만들기에서 약 만들기와 광산 기술로 옮겨 가고, 첫 화학 교과서가 나옵니다. 보일은 원소를 실험으로 정의하자고 제안합니다.
“용량이 독을 만든다.”
파라켈수스는 연금술의 목표를 금 만들기에서 약 만들기로 바꾸고, 수은과 안티몬 같은 광물성 약을 썼습니다. 같은 물질도 양에 따라 약이 되거나 독이 된다는 그의 생각은 독성학의 출발점이 됩니다.
광산과 제련의 백과사전.
독일의 아그리콜라는 채광, 광석 분석, 제련 기술을 수백 장의 목판화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이후 200년 동안 광업과 금속 기술의 표준 교과서였습니다.
최초의 화학 교과서.
원소는 실험으로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물질.
보일은 4원소설과 연금술의 모호한 설명을 비판하고, 원소를 실험으로 정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기체의 압력과 부피가 반비례한다는 보일의 법칙의 그 보일입니다.
오줌에서 빛나는 물질을 얻다.
금을 만들려던 독일의 연금술사 헤니히 브란트는 오줌을 졸이다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물질을 얻었습니다. 발견자가 알려진 첫 원소입니다.
연소를 설명하는 플로지스톤 이론이 화학을 지배하고, 공기가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여러 기체의 혼합물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탈 때 무언가가 빠져나간다.
슈탈은 물질이 탈 때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이 빠져나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무가 타면 재만 남으니 그럴듯했습니다. 문제는 금속을 태우면 오히려 무게가 늘어난다는 점이었고, 플로지스톤이 음의 질량을 가진다는 식의 억지 설명이 붙었습니다.
공기와 다른 ‘고정된 공기’.
조지프 블랙은 석회석을 가열할 때 나오는 기체가 보통 공기와 다르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보이고 ‘고정된 공기’라 불렀습니다. 이산화탄소입니다. 열의 잠열을 발견한 그 블랙입니다.
타는 공기.
라부아지에가 정밀한 저울로 화학을 정량적인 과학으로 바꿉니다. 화학에서 그는 물리학의 뉴턴 같은 존재입니다.
탈플로지스톤 공기.
스웨덴의 셸레와 영국의 프리스틀리가 각자 물질을 잘 태우는 새 기체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플로지스톤 이론을 믿은 프리스틀리는 이를 ‘탈플로지스톤 공기’라고 불렀습니다. 같은 기체를 보고 다른 이론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연소는 산소와 결합하는 것이다.
라부아지에는 밀폐된 용기에서 반응 전후의 질량을 정밀하게 재서 질량 보존 법칙을 확립하고, 연소가 산소와의 결합이라는 것을 보였습니다. 금속이 타면 무거워지는 이유가 설명됐고, 플로지스톤 이론은 무너졌습니다.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고 다시 합성하다.
이름이 성분을 말하게 하다.
라부아지에와 동료들은 황산, 산화철처럼 이름만 보고도 성분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인 명명법을 만들었습니다. 그전에는 ‘비트리올 기름’, ‘목성의 소금’ 같은 연금술 이름을 썼습니다.
33개 원소의 목록.
라부아지에는 새 화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교과서에서 33개의 원소 목록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빛과 열(칼로릭)도 원소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실험과 그림을 맡은 아내 마리안 라부아지에도 이 혁명의 중요한 동반자였습니다.
“그런 머리가 다시 나오려면 100년도 모자랄 것.”
세금 징수 회사에 투자한 이력 때문에 라부아지에는 공포정치 시기 단두대에서 처형됐습니다. 라그랑주가 그의 머리를 베는 데는 한순간이면 됐지만 그런 머리가 다시 나오려면 100년도 모자랄 것이라고 한탄했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같은 화합물은 언제나 같은 비율로.
프루스트는 어떤 방법으로 만들든 같은 화합물은 원소들이 항상 같은 질량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원자론의 부활을 부르는 단서입니다.
돌턴이 원자론을 정량적으로 되살리고, 볼타 전지가 물질을 전기로 분해하는 새로운 도구가 됩니다. 생명체만 만든다던 유기물이 실험실에서 합성되기 시작합니다.
전지가 나온 지 몇 주 만에.
원소마다 고유한 무게의 원자.
돌턴은 원소마다 고유한 무게를 가진 원자가 있고, 화합물은 원자들이 간단한 정수비로 결합한 것이라는 원자론을 내놓고 첫 원자량 표를 만들었습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가 2,000년 만에 정량적인 과학 이론으로 돌아왔습니다.
전기로 새 원소를 꺼내다.
험프리 데이비는 강한 전류로 수산화칼륨과 수산화나트륨을 분해해 칼륨과 나트륨을 처음 분리했습니다. 이후 몇 년 사이 칼슘, 마그네슘 등 여러 원소를 같은 방법으로 찾아냈습니다.
같은 부피의 기체에는 같은 수의 분자가.
게이뤼삭이 기체끼리의 반응 부피가 간단한 정수비를 이룬다는 것을 발견하자, 아보가드로는 같은 온도와 압력에서 같은 부피의 기체는 같은 수의 분자를 가진다는 가설로 이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가설은 50년 가까이 무시당했습니다.
H, O, Fe.
베르셀리우스는 원소 이름의 라틴어 머리글자로 원소를 표시하는 기호를 도입했습니다. 연금술의 그림 기호 대신 오늘날 쓰는 화학식의 바탕이 됐습니다. 그는 정밀한 원자량 측정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학생이 직접 실험하는 대학.
독일 기센 대학의 리비히는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직접 실험하며 배우는 실험실 중심의 화학 교육을 도입했습니다. 전 세계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이는 독일 화학이 세계를 주도하는 기반이 됩니다.
생명력 없이 생명의 물질을.
생명체가 만드는 물질은 특별한 ‘생명력’이 있어야 만들어진다는 생기론이 있었습니다. 뵐러는 무기물인 시안산암모늄에서 오줌의 성분인 요소를 합성했습니다. 생기론이 단번에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유기화학의 상징적인 출발점이 됐습니다.
전기는 알갱이 단위로 존재한다?
데이비의 조수였던 패러데이는 전기분해로 생기는 물질의 양이 흐른 전하량에 비례한다는 법칙을 세웠습니다. 전기가 일정한 단위로 존재한다는 첫 힌트였고, 전해질, 전극, 이온 같은 용어도 그가 만들었습니다.
왼손과 오른손처럼 생긴 결정.
파스퇴르는 타르타르산 결정이 서로 거울상인 두 종류로 나뉘고, 각각의 용액이 빛을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분자에도 ‘손잡이’가 있다는 키랄성의 발견입니다.
원자의 종류와 수뿐 아니라 배열이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합성염료가 화학 산업을 엽니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원소 세계에 질서를 부여합니다.
말라리아 약을 만들다 얻은 보라색.
열여덟 살의 윌리엄 퍼킨은 콜타르에서 말라리아 약 퀴닌을 합성하려다 우연히 보라색 합성염료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합성염료 산업이 생겼고, 특히 독일에서 BASF, 바이엘 같은 회사가 성장해 훗날 의약품으로 확장합니다.
탄소는 손이 네 개다.
케쿨레는 탄소 원자가 네 개의 결합을 하고 서로 사슬처럼 연결된다고 제안했습니다. 같은 해 쿠퍼도 독립적으로 비슷한 생각에 이르렀고, 원자 사이의 결합을 선으로 그리는 구조식이 탄생했습니다.
원자량의 혼란을 정리하다.
화학자마다 원자량과 화학식이 달라 혼란이 극심하자 첫 국제 화학 학회가 열렸습니다. 이탈리아의 카니차로가 잊혀 있던 아보가드로의 가설을 재조명하면서 원자량이 정리됐고, 이 회의에 참석한 멘델레예프는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자기 꼬리를 무는 뱀.
케쿨레는 벤젠의 탄소 여섯 개가 고리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뱀이 자기 꼬리를 무는 꿈을 꾸고 떠올렸다는 일화가 유명하지만, 그가 훗날 직접 한 이야기라 진위는 불확실합니다.
지구보다 태양에서 먼저 발견된 원소.
분젠과 키르히호프의 분광학으로 세슘과 루비듐이 발견된 데 이어, 일식 중 태양 스펙트럼에서 알려지지 않은 노란 선이 관측됐습니다. 그리스어로 태양을 뜻하는 헬륨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지구에서는 27년 뒤에야 발견됩니다.
빈칸에 아직 없는 원소를 예측하다.
멘델레예프는 원소를 원자량 순서로 배열하면 성질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표를 만들었습니다. 로타르 마이어도 거의 같은 시기에 독립적으로 비슷한 표에 이르렀습니다. 멘델레예프의 천재성은 패턴이 맞지 않는 곳에 빈칸을 남기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의 성질을 예측한 데 있습니다. 왜 주기성이 생기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탄소의 네 손은 정사면체 방향으로.
반트호프와 르벨은 각자 탄소의 네 결합이 정사면체의 꼭짓점 방향을 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파스퇴르가 발견한 거울상 분자의 정체가 풀렸고, 분자를 3차원으로 생각하는 입체화학이 시작됐습니다.
예측이 맞았다.
멘델레예프가 ‘에카알루미늄’이라 부르며 성질을 예측했던 원소가 갈륨으로 발견됐고, 이어 스칸듐(1879), 저마늄(1886)도 발견돼 성질이 예측과 거의 맞았습니다. 해왕성 발견이 뉴턴 역학의 승리였던 것과 비슷한 순간입니다.
반응이 저절로 일어날지 계산하다.
미국의 깁스는 자유에너지 개념으로 화학 반응과 상변화가 저절로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방법을 정립했습니다. 무명 학술지에 실린 그의 논문은 유럽에서 뒤늦게 진가를 인정받았습니다.
소금은 물에서 이온으로 나뉜다.
아레니우스는 소금 같은 물질이 물에 녹으면 전하를 띤 이온으로 나뉜다는 이론을 내놓았고, 1889년에는 반응이 일어나려면 넘어야 하는 에너지 장벽인 활성화 에너지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반트호프의 평형과 삼투압 이론, 오스트발트의 촉매 연구와 함께 물리화학이 독립된 분야가 됩니다.
주기율표에 새 열이 생기다.
레일리와 램지는 공기에서 얻은 질소가 화학적으로 만든 질소보다 조금 무겁다는 작은 차이를 추적하다가 아르곤을 발견했습니다. 램지는 이어 헬륨, 네온, 크립톤, 제논을 찾아내 주기율표에 완전히 새로운 족을 추가했습니다.
염료 회사가 만든 약.
바이엘의 펠릭스 호프만은 버드나무 껍질 성분에서 유래한 살리실산을 개량해 위장 부담이 적은 아세틸살리실산을 합성했습니다. 염료 회사가 제약 회사로 변신하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물리학이 밝힌 원자 구조와 양자역학이 화학의 오래된 질문들, 즉 왜 주기성이 생기고 원자는 왜 결합하는지에 답합니다. 동시에 화학은 비료와 독가스, 플라스틱으로 문명을 떠받치고 위협합니다.
공기로 빵을, 그리고 폭약을.
하버는 공기 중 질소와 수소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보슈가 이를 1913년 대규모 공정으로 만들었습니다. 질소 비료는 지금 세계 인구의 상당 부분을 먹여 살립니다. 그러나 같은 기술이 1차 세계대전 독일의 폭약 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하버는 직접 독가스 개발을 지휘했습니다.
원소의 진짜 순서.
모즐리는 원소마다 내는 X선의 진동수를 측정해, 원소의 진짜 순서는 원자량이 아니라 원자핵의 전하인 원자번호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주기율표의 몇몇 어긋남이 풀렸고 빈칸의 수도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그는 2년 뒤 27살에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습니다.
공유결합은 전자 한 쌍을 나누는 것.
길버트 루이스는 원자들이 전자 한 쌍을 공유해 결합한다는 개념과, 원자 주위에 점으로 전자를 그리는 구조식을 제시했습니다. 지금도 화학 수업에서 처음 배우는 그림입니다.
고무와 셀룰로스는 거대한 사슬이다.
슈타우딩거는 고무나 셀룰로스가 작은 분자들이 엉긴 것이 아니라 수천 개의 원자가 공유결합으로 이어진 거대분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랫동안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국 고분자 화학의 기초가 됐습니다.
수소 분자의 결합을 계산하다.
하이틀러와 런던은 갓 나온 양자역학으로 수소 분자에서 두 원자가 왜 결합하는지를 처음으로 계산했습니다. 1929년 디랙은 화학 대부분을 설명하는 물리 법칙은 이제 다 알려졌고, 문제는 방정식이 너무 복잡해 풀 수 없다는 것뿐이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습니다.
혼성 오비탈과 전기음성도.
라이너스 폴링은 혼성 오비탈과 전기음성도 개념으로 양자역학적 결합 이론을 화학자들이 쓸 수 있는 형태로 체계화했고, 멀리컨은 분자 전체에 퍼진 분자 오비탈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폴링의 『화학 결합의 본질』은 20세기 가장 많이 인용된 과학책 중 하나가 됩니다.
석탄, 물, 공기로 만든 실.
듀폰의 캐러더스는 거대분자 이론을 바탕으로 최초의 완전 합성 섬유인 나일론을 만들었습니다. 스타킹부터 낙하산까지 쓰이며 플라스틱과 합성 소재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화학자가 발견한 핵분열.
화학자 오토 한은 중성자를 맞은 우라늄에서 가벼운 바륨이 생기는 것을 화학 분석으로 확인했고, 마이트너와 프리슈가 이를 핵분열로 설명했습니다. 1940년대에는 맥밀런과 시보그가 우라늄보다 무거운 넵투늄, 플루토늄 등을 만들어 내며 주기율표를 확장했습니다.
분자 속을 들여다보는 자석.
블로흐와 퍼셀은 원자핵이 강한 자기장 속에서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흡수한다는 핵자기공명을 각자 관측했습니다. 이후 NMR은 분자 구조를 밝히는 화학자의 핵심 도구가 되고, 의료용 MRI로도 이어집니다.
화학은 생명의 분자를 직접 들여다보고, 지구 환경에 미친 영향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컴퓨터로 분자를 계산하고, 새로운 탄소 소재를 발견합니다.
생명의 분자 구조, 그리고 생명의 화학적 기원.
왓슨과 크릭은 DNA가 두 가닥이 꼬인 이중나선 구조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결정적인 증거는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X선 회절 사진이었습니다. 같은 해 밀러와 유리는 원시 지구를 흉내 낸 플라스크에 전기 방전을 일으켜 아미노산이 저절로 생기는 것을 보였습니다.
X선으로 본 첫 단백질.
켄드루는 X선 결정학으로 근육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의 3차원 구조를 처음으로 밝혔고, 페루츠는 헤모글로빈의 구조를 풀었습니다. 같은 시기 도로시 호지킨은 페니실린과 비타민 B12의 구조를 밝혔습니다.
살충제가 새들을 침묵시키다.
레이첼 카슨은 DDT 같은 합성 살충제가 생태계와 인간에게 미치는 해를 고발했습니다. 이 책은 환경 운동의 출발점이 되었고, 화학 물질 규제의 계기가 됐습니다.
스프레이 가스가 하늘에 구멍을 낸다.
몰리나와 롤런드는 냉장고와 스프레이에 쓰이던 프레온가스(CFC)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985년 남극 오존 구멍이 관측되자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로 전 세계가 CFC 생산을 줄였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국제 환경 협약으로 꼽힙니다.
축구공 모양의 탄소 분자.
크로토, 컬, 스몰리는 탄소 원자 60개가 축구공 모양으로 이어진 분자를 발견하고, 비슷한 구조의 돔을 설계한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다이아몬드와 흑연 외에 새로운 탄소의 모습이 나타나며 나노 소재 연구의 문이 열렸습니다.
충전해서 다시 쓰는 휴대용 에너지.
굿이너프, 휘팅엄, 요시노의 연구를 바탕으로 소니가 리튬이온 전지를 상용화했습니다. 노트북, 스마트폰, 전기차를 가능하게 한 이 전지는 201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디랙의 방정식을 컴퓨터로 풀다.
밀도범함수 이론을 만든 콘과 분자 계산 프로그램을 개발한 포플이 노벨 화학상을 받으며, 실험 없이 컴퓨터로 분자의 성질을 예측하는 계산화학이 주류가 됐습니다. 같은 해 아나스타스와 워너는 처음부터 유해 물질을 덜 쓰고 덜 만드는 ‘녹색화학의 12원칙’을 제시했습니다.
화학은 생물학, 재료과학, 컴퓨터 과학과 점점 더 깊이 섞입니다. 유전자를 편집하고, 분자를 레고처럼 조립하고, AI로 단백질을 설계합니다.
스카치테이프로 떼어 낸 원자 한 겹.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단순한 방법으로 탄소 원자 한 층짜리 막인 그래핀을 분리했습니다. 가장 얇으면서도 강하고 전기가 잘 통하는 이 소재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박테리아의 면역 체계로 DNA를 편집하다.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는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를 막는 데 쓰는 CRISPR-Cas9 시스템을 원하는 DNA 위치를 자르는 도구로 바꿀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니호늄, 모스코븀, 테네신, 오가네손.
113, 115, 117, 118번 원소의 이름이 확정되면서 주기율표의 7주기가 모두 채워졌습니다. 이 원소들은 입자가속기에서 몇 개의 원자만 만들어졌다가 순식간에 붕괴합니다. 118번 오가네손은 이름을 붙일 당시 살아 있던 과학자 유리 오가네샨에게서 따왔습니다.
분자를 레고처럼 딸깍 끼우다.
샤플리스와 멜달은 원하는 분자 조각을 빠르고 확실하게 연결하는 클릭 반응을 개발했고, 버토지는 이를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도 쓸 수 있는 생체직교 화학으로 확장했습니다.
컴퓨터가 단백질을 예측하고 설계하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lphaFold를 만든 허사비스와 점퍼, 새로운 단백질을 계산으로 설계한 베이커가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디랙이 말한 ‘너무 복잡해서 풀 수 없는 방정식’의 영역에 AI가 들어왔습니다.
분자로 지은 구멍 많은 건물.
기타가와, 롭슨, 야기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연결해 내부에 거대한 빈 공간을 가진 결정 구조인 금속-유기 골격체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사막의 공기에서 물을 모으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등 다양한 응용이 연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