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에는 자연적인 원인이 있다.
히포크라테스와 그 학파는 질병을 신의 벌이 아니라 자연의 원인으로 설명하려 했습니다. 몸이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네 체액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균형이 깨지면 병이 난다는 체액설은 19세기까지 의학의 기본 틀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해부부터 DNA, 그리고 AI가 예측한 단백질까지
질병을 신의 벌이 아니라 자연의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시작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직접 해부하고 관찰하는 생물학을 세웁니다. 로마의 갈레노스가 남긴 의학 체계는 1,400년 동안 절대적인 권위를 누립니다.
질병에는 자연적인 원인이 있다.
히포크라테스와 그 학파는 질병을 신의 벌이 아니라 자연의 원인으로 설명하려 했습니다. 몸이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네 체액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균형이 깨지면 병이 난다는 체액설은 19세기까지 의학의 기본 틀이었습니다.
생물학의 아버지.
물리학에서는 2,000년 동안 틀린 이론을 남겼지만, 생물학에서는 진짜 관찰자였습니다. 레스보스섬에서 직접 해부하고 관찰하며 500종이 넘는 동물을 기술하고 분류했고, 돌고래가 물고기가 아니라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생물을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한 줄로 세운 ‘자연의 사다리’를 제시했지만, 진흙에서 생물이 저절로 생긴다는 자연발생설도 지지했습니다.
식물학의 아버지.
1,400년 동안 이어진 의학의 권위.
로마의 의사 갈레노스는 검투사를 치료하고 원숭이와 돼지를 해부하며 방대한 의학 체계를 세웠습니다. 신경이 근육을 움직인다는 것, 동맥에 공기가 아니라 피가 흐른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직접 해부하지 못해 동물의 해부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한 오류가 많았습니다. 천문학의 프톨레마이오스와 비슷한 위치입니다.
이슬람 세계가 그리스 의학을 이어받아 발전시킵니다. 유럽의 대학에서는 인체 해부가 시작되지만, 여전히 갈레노스의 책을 확인하는 데 그칩니다.
수백 년 동안 쓰인 의학 교과서.
이븐 시나(아비센나)는 그리스와 이슬람의 의학 지식을 집대성한 『의학정전』을 썼습니다. 이 책은 라틴어로 번역되어 17세기까지 유럽 대학의 표준 의학 교과서로 쓰였습니다.
피는 폐를 거쳐 돈다.
이븐 알나피스는 피가 심장 오른쪽에서 폐를 거쳐 왼쪽으로 간다는 폐순환을 처음 기술했습니다. 심장 벽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 있다는 갈레노스의 주장을 부정한 것입니다. 그의 업적은 유럽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대학 강의실의 인체 해부.
볼로냐 대학의 몬디노는 공개 인체 해부를 바탕으로 해부학 교과서를 썼습니다. 그러나 이후 오랫동안 해부 수업은 교수가 높은 의자에서 갈레노스를 낭독하고 조수가 칼을 드는 식이라, 새로운 발견은 거의 없었습니다.
직접 해부한 결과가 고대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계산이 혈액순환을 증명합니다. 현미경은 세포와 미생물이라는 보이지 않던 세계를 엽니다.
직접 해부하고 정밀한 판화로 그리다.
베살리우스는 직접 해부한 결과를 정밀한 판화와 함께 싣고, 갈레노스의 오류를 200개 넘게 지적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책과 같은 해에 나와, 1543년을 과학혁명의 시작으로 꼽기도 합니다. 판화의 정밀함은 르네상스 미술의 원근법과 해부학 연구에 빚지고 있습니다.
계산으로 증명한 순환.
하비는 심장이 한 번 뛸 때 내보내는 피의 양에 박동 수를 곱해 보니 한 시간에 사람 몸무게보다 많은 피가 나온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간이 그만큼 피를 계속 만들 수는 없으니, 같은 피가 돌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계산으로 생물학 문제를 푼 첫 사례 중 하나입니다. 다만 동맥에서 정맥으로 어떻게 넘어가는지는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비가 남긴 빈칸을 채우다.
코르크 속의 작은 방, ‘cell’.
로버트 훅은 현미경으로 본 벼룩, 파리의 눈, 코르크 등을 정밀한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코르크의 작은 칸들을 수도사의 작은 방에 빗대 ‘cell’이라 불렀고, 이것이 세포라는 말의 기원입니다. 뉴턴과 역제곱 법칙을 두고 다툰 그 훅입니다.
구더기는 파리의 알에서 나온다.
레디는 고기를 담은 병의 입구를 천으로 막으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자연발생설에 대한 첫 실험적 반박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만큼은 저절로 생긴다는 믿음이 남았습니다.
물 한 방울 속의 ‘작은 동물들’.
네덜란드의 포목상 레이우엔훅은 직접 만든 렌즈로 세균, 원생생물, 정자, 적혈구를 처음 관찰했습니다. 아마추어였던 그가 보이지 않던 생명의 세계 전체를 열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생물에 이름과 질서를 붙이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지구와 생물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고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모든 생물에 두 단어 이름을.
린네는 생물을 계, 강, 목, 속, 종의 계층으로 분류하고, 속명과 종명 두 단어로 이름을 붙이는 이명법을 정착시켰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도 그가 붙였습니다. 화학에서 라부아지에의 명명법이 한 역할을 생물학에서 린네가 한 셈입니다. 그러나 그는 종이 신이 창조한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지구는 성경보다 훨씬 오래됐다.
뷔퐁은 방대한 『박물지』에서 지구의 나이가 성경에서 계산한 6,000년보다 훨씬 길다고 주장하고, 종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내비쳤습니다.
배아는 단계적으로 만들어진다.
정자나 난자 안에 이미 작은 사람이 들어 있다는 전성설과, 배아가 단계적으로 형성된다는 후성설이 대립했습니다. 볼프는 닭의 배아를 관찰해 기관들이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점차 만들어진다는 후성설을 지지했습니다.
끓여서 밀봉한 육수에는 미생물이 생기지 않는다.
스팔란차니는 육수를 오래 끓인 뒤 밀봉하면 미생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반대파는 끓이면 공기 속의 ‘생명력’이 파괴된다고 반박했고, 논쟁은 100년 뒤 파스퇴르까지 이어집니다.
금속에 닿은 개구리 다리가 꿈틀거리다.
갈바니는 죽은 개구리 다리가 두 금속에 닿으면 경련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동물 전기’라고 불렀습니다. 볼타는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1800년 전지를 발명합니다. 물리와 화학을 바꾼 볼타 전지가 생물학 실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신경과 근육이 전기로 움직인다는 생각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소의 천연두로 사람의 천연두를 막다.
제너는 소의 가벼운 천연두인 우두를 접종하면 치명적인 천연두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백신(vaccine)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소를 뜻하는 vacca에서 왔습니다. 천연두는 1980년 인류가 박멸한 첫 질병이 됩니다.
멸종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 증명되고, 첫 진화론이 나옵니다. 지구가 엄청나게 오래됐다는 지질학의 생각이 다윈에게 시간을 줍니다. 모든 생물이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쓰면 발달하고, 그것이 유전된다.
라마르크는 『동물철학』에서 최초의 체계적인 진화론을 내놨습니다. 많이 쓰는 기관은 발달하고 그렇게 얻은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진다는 용불용설입니다. 메커니즘은 틀렸지만 종이 변한다는 핵심은 맞았습니다.
종은 사라질 수 있다.
퀴비에는 비교해부학을 확립하고 매머드 같은 화석을 연구해 멸종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전에는 신이 만든 종이 사라질 리 없다고 여겼습니다. 다만 그는 대격변이 반복해서 생물을 쓸어버렸다는 격변설을 주장했고, 진화는 부정했습니다.
느린 변화가 오랜 시간 쌓이다.
라이엘은 침식과 퇴적처럼 지금도 작용하는 느린 과정이 아주 오랜 시간 쌓여 지형을 만든다는 동일과정설을 주장했습니다. 지구가 엄청나게 오래됐다는 이 생각은 비글호에 이 책을 들고 탄 다윈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스물두 살 다윈의 5년 세계 일주.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5년 동안 세계를 돌며 남미에서 거대한 멸종 동물의 화석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섬마다 조금씩 다른 핀치새와 거북을 봤습니다. 귀국 후 표본을 분석하며 종이 변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1838년 맬서스의 『인구론』을 읽다 자연선택의 핵심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그러나 반발이 두려워 20년 동안 증거만 모으며 발표를 미룹니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슐라이덴은 모든 식물이, 이듬해 슈반은 모든 동물이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식물과 동물이 같은 기본 단위로 만들어졌다는 생물학의 통일 원리입니다.
의사의 손이 산모를 죽이고 있었다.
제멜바이스는 의사가 시체를 해부한 손으로 산모를 진찰하는 것이 산욕열의 원인이라고 보고 염소 용액으로 손을 씻게 해 사망률을 크게 낮췄습니다. 그러나 세균설이 나오기 전이라 동료들의 조롱을 받았고,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자연선택 이론이 생물학을 하나로 묶고, 수도원 정원에서 유전의 법칙이 발견되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파스퇴르와 코흐는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증명해 의학을 바꿉니다.
모든 세포는 세포에서 나온다.
피르호는 새 세포가 반드시 기존 세포의 분열로 생긴다고 정리해, 세포 차원의 자연발생도 부정했습니다. 그는 질병을 세포의 이상으로 설명하는 세포병리학을 세웠습니다.
같은 이론이 담긴 편지 한 통.
말레이 제도에서 연구하던 월리스가 거의 똑같은 자연선택 이론을 담은 편지를 다윈에게 보내왔습니다. 동료들의 주선으로 두 사람의 논문이 린네 학회에서 함께 발표됐습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생물은 살아남을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자손을 낳고, 그 사이에는 변이가 있으니, 환경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번식한다는 것입니다. 다윈은 서둘러 『종의 기원』을 출간했고, 이 책은 생물학 전체를 하나로 묶는 틀이 됐습니다. 그러나 유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몰랐습니다.
다윈의 불독 대 주교.
옥스퍼드에서 열린 토론에서 ‘다윈의 불독’ 토머스 헉슬리가 윌버포스 주교와 맞붙은 일화가 유명합니다. 진화론을 둘러싼 과학과 종교의 충돌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습니다.
2,000년 된 자연발생설의 종말.
파스퇴르는 목이 S자로 굽은 플라스크에 육수를 끓여 넣었습니다. 공기는 통하지만 먼지와 미생물은 굽은 목에 걸려 들어가지 못해 육수가 썩지 않았습니다. 발효가 미생물의 작용이라는 것도 밝힌 그는 와인과 우유를 가열해 미생물을 죽이는 저온살균법도 만들었습니다.
완두콩 수천 그루가 알려준 비율.
수도사 멘델은 수도원 정원에서 완두콩을 교배하며 꽃 색, 콩 모양 같은 형질을 하나씩 추적하고 자손의 비율을 셌습니다. 형질이 섞이지 않고 독립된 단위로 전달되며 3:1, 9:3:3:1 같은 일정한 비율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윈의 문제를 정확히 해결하는 답이었지만, 34년 동안 거의 완전히 무시당했습니다.
몸은 안쪽의 환경을 일정하게 지킨다.
클로드 베르나르는 바깥 환경이 변해도 생명체가 몸 안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내부 환경’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훗날 항상성이라는 개념이 됩니다. 그는 생리학을 엄격한 실험과학으로 만들었습니다.
‘ecology’라는 말의 탄생.
헤켈은 생물과 환경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생태학’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그의 주장은 지금은 과장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수술실에 소독약을.
파스퇴르의 세균 연구를 읽은 리스터는 상처와 수술 기구를 석탄산으로 소독해 수술 후 감염 사망률을 극적으로 낮췄습니다. 제멜바이스가 옳았다는 것이 20년 뒤에야 증명된 셈입니다.
인간도 진화의 산물이다.
다윈은 인간도 다른 생물과 같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공작의 꼬리처럼 생존보다 짝짓기에 유리한 형질을 설명하는 성선택 이론을 내놨습니다.
특정 미생물이 특정 질병을 일으킨다.
코흐는 탄저균이 탄저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1882년에는 결핵균을 발견했습니다. 특정 미생물이 특정 질병의 원인임을 증명하는 기준(코흐의 공리)을 세웠고, 한천 배지에서 세균을 순수 배양하는 기술도 그의 실험실에서 나왔습니다. 이후 콜레라, 디프테리아, 페스트 등의 병원균이 줄줄이 발견됩니다.
실험실에서 만든 백신.
파스퇴르는 약하게 만든 병원체로 면역을 유도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광견병에 물린 소년에게 백신을 접종해 살려냈습니다. 제너의 우연한 발견이 체계적인 과학이 됐습니다.
몸에서 얻은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바이스만은 유전 정보가 생식세포를 통해서만 자손에게 전해지고 몸의 세포에서 얻은 변화는 전해지지 않는다고 주장해,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을 부정했습니다.
세균 필터를 통과하는 감염원.
베이에링크는 담배 모자이크병의 원인이 세균을 거르는 필터도 통과할 만큼 작다는 것을 보고, 이를 ‘살아 있는 감염성 액체’, 즉 바이러스라 불렀습니다. 앞서 이바노프스키도 같은 현상을 보고했습니다.
멘델이 재발견되고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 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처음에는 다윈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였던 멘델 유전학을 수학이 진화론과 통합합니다. 의학은 인슐린과 항생제를 얻습니다.
34년 만에 깨어난 논문.
드브리스, 코렌스, 체르마크가 각자 같은 유전 법칙에 도달한 뒤에야 멘델의 논문이 재발견됐습니다. 1905년 베이트슨이 ‘유전학(genetics)’, 1909년 요한센이 ‘유전자(gene)’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같은 해 물리학에서는 플랑크가 양자 가설을 내놓습니다.
유전자는 염색체 위에 있다.
모건은 초파리 실험에서 흰 눈 형질이 성별과 함께 유전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1913년 그의 학생 스터티번트는 유전자 사이의 거리를 재서 최초의 유전자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멘델과 다윈을 수학으로 잇다.
멘델 유전은 뚜렷이 구분되는 형질을 다루는데 진화는 연속적인 작은 변이로 일어난다고 여겨져 둘은 충돌하는 듯 보였습니다. 피셔는 연속적인 형질도 수많은 멘델 유전자의 합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분산분석, 최대가능도 추정, 실험 설계 같은 현대 통계학의 핵심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홀데인과 라이트도 수학적 집단유전학을 세웠습니다.
당뇨병이 사형선고가 아니게 되다.
밴팅과 베스트는 췌장에서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인슐린을 분리했고, 이듬해 당뇨병 환자 치료에 성공했습니다. 이전에는 진단 후 몇 년 안에 사망하는 병이었습니다.
곰팡이가 세균을 죽이다.
플레밍은 배양 접시에 핀 푸른곰팡이 주변에서 세균이 죽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고, 1940년대 플로리와 체인이 대량 생산에 성공하면서 항생제 시대가 열렸습니다. 같은 해 그리피스는 죽은 병원성 세균의 무언가가 살아 있는 무해한 세균을 병원성으로 바꾼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무언가’의 정체를 찾는 것이 다음 과제가 됩니다.
생물과 환경을 하나의 계로.
탠슬리는 생물과 그 물리적 환경을 하나의 계로 보는 ‘생태계’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같은 해 로렌츠는 갓 부화한 새끼 거위가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로 따르는 ‘각인’을 기술했고, 틴베르헌, 폰 프리슈(꿀벌의 춤)와 함께 동물행동학을 세웠습니다.
진화론이 하나로 묶이다.
도브잔스키는 『유전학과 종의 기원』에서 집단유전학을 실제 생물과 연결했고, 마이어, 심프슨, 줄리언 헉슬리가 종의 형성과 화석 기록까지 이어 1940년대 초 ‘근대적 종합’을 완성했습니다. 같은 해 크레브스는 세포가 영양분에서 에너지를 얻는 화학 반응의 순환 경로를 밝혔습니다.
유전 물질은 DNA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유전 정보가 복잡한 단백질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에이버리는 그리피스가 찾은 형질전환의 원인이 단순해 보이던 DNA라는 것을 보였습니다. 같은 해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유전 정보가 분자 속에 암호로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 추론했고, 이 책에 자극받은 많은 물리학자가 생물학으로 넘어옵니다.
DNA의 구조가 밝혀지고 유전 암호가 해독됩니다. 불과 20년 사이에 생명의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고 복제되고 읽히는지가 드러납니다.
바이러스가 세균에 넣는 것은 DNA다.
허시와 체이스는 바이러스의 단백질과 DNA에 각각 다른 방사성 표지를 붙여, 세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DNA라는 것을 보였습니다. 앞서 샤가프는 DNA에서 A와 T, G와 C의 양이 항상 같다는 규칙을 발견했습니다. 같은 해 호지킨과 헉슬리는 신경 신호가 이온의 흐름으로 전달되는 원리를 수학 모형으로 설명했습니다.
짝짓기 방식이 곧바로 복제 메커니즘을 시사한다.
왓슨과 크릭은 DNA가 두 가닥이 꼬인 이중나선이고 A-T, G-C가 짝을 이룬다는 구조를 밝혔습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X선 회절 사진 ‘51번 사진’이었는데, 프랭클린 본인 모르게 윌킨스가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프랭클린은 1958년 일찍 세상을 떠나 1962년 노벨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 가닥을 주형으로 다른 가닥을 만들면 된다는 복제의 원리가 구조 자체에 담겨 있었습니다.
생물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메셀슨과 스탈은 무거운 질소로 표지한 DNA를 이용해, DNA가 복제될 때 원래 가닥 하나와 새 가닥 하나가 짝을 이룬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같은 해 크릭은 정보가 DNA에서 RNA로, RNA에서 단백질로 흐른다는 ‘센트럴 도그마’를 제시했습니다.
도구를 만드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탄자니아 곰베에서 침팬지를 관찰하던 제인 구달은 침팬지가 나뭇가지의 잎을 훑어 흰개미를 낚는 도구를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도구를 만드는 동물’이라는 인간의 정의가 흔들렸습니다.
UUU는 페닐알라닌.
니런버그는 UUU라는 RNA 서열이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을 지정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1966년까지 64개 코돈의 유전 암호가 모두 해독됐습니다. 같은 해 자코브와 모노는 유전자가 필요할 때만 켜지고 꺼지는 조절 장치(오페론)를 밝혔습니다.
왜 일개미는 자기 자식을 낳지 않는가.
해밀턴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을 돕는 행동이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혈연선택 이론으로 개미와 벌의 이타적 행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세균이었다.
린 마굴리스는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원래 독립된 세균이었는데 다른 세포 안에 들어가 공생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수많은 학술지에서 거절당했지만 지금은 정설입니다.
분자 수준의 변화는 대부분 우연이다.
기무라 모토는 분자 수준의 유전적 변화 대부분이 자연선택이 아니라 우연한 부동에 의해 퍼진다는 중립설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분자 시계와 계통 분석의 이론적 기초가 됩니다.
DNA를 자르고 붙이고 읽고 복제하는 기술이 나오면서 생물학은 생명을 고칠 수 있는 공학이 됩니다. 진화론은 유전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인간 게놈을 통째로 읽는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긴 정체와 짧은 급변.
서로 다른 생물의 DNA를 잘라 붙이다.
코언과 보이어는 제한효소로 DNA를 잘라 다른 생물의 DNA에 붙이고 세균에 넣어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위험성을 우려한 과학자들은 1975년 아실로마 회의에서 스스로 연구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1978년 이 기술로 인간 인슐린을 세균이 만들게 됩니다.
유전자의 눈으로 본 진화.
도킨스는 해밀턴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생물을 유전자가 스스로를 복제하기 위해 만든 ‘생존 기계’로 보는 관점을 대중화했습니다. 문화의 복제 단위로 ‘밈’이라는 말도 이 책에서 나왔습니다.
DNA를 읽고, 생명의 나무를 다시 그리다.
생어는 DNA 염기서열을 읽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그는 노벨상을 두 번 받았습니다). 같은 해 우즈는 RNA 서열을 비교하다가 세균과 전혀 다른 생물 무리인 고세균을 발견했고, 1990년 생물 전체를 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의 3역으로 나눴습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유전자로 계통을 그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몸 밖에서 수정된 생명.
DNA를 수십억 배로, 그리고 새로운 전염병.
멀리스는 DNA의 특정 부분을 수십억 배로 복제하는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을 고안했습니다. 운전하다 떠올렸다고 합니다. 같은 해 바레시누시와 몽타니에는 에이즈의 원인인 HIV를 발견했습니다.
30억 개의 글자를 읽는 국제 프로젝트.
다 자란 양의 세포로 만든 양.
윌머트와 캠벨은 다 자란 양의 젖샘 세포의 핵을 난자에 넣어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습니다. 다 자란 세포도 전체 개체를 만들 정보를 모두 갖고 있다는 증명이었고, 인간 복제에 대한 윤리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시퀀싱 비용이 폭락하면서 생물학은 데이터 과학이 됩니다. 세포를 되돌리고, 유전자를 편집하고, 몇 달 만에 백신을 만들고, AI로 단백질의 모양을 예측합니다.
13년, 30억 달러, 약 2만 개의 유전자.
2001년 초안에 이어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됐습니다. 놀라운 결과 중 하나는 사람의 유전자 수가 예상했던 10만 개보다 훨씬 적은 약 2만 개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차세대 시퀀싱 기술로 게놈 하나를 읽는 비용은 1,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집니다.
다 자란 세포를 처음으로 되돌리다.
야마나카 신야는 다 자란 피부 세포에 유전자 네 개를 넣어 배아줄기세포처럼 어떤 세포로든 자랄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배아를 쓰지 않는 재생의학의 길이 열렸습니다.
우리 안의 네안데르탈인.
페보는 화석 뼈에서 DNA를 추출해 네안데르탈인 게놈을 해독하고,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2022년 노벨상). 같은 해 벤터 연구소는 컴퓨터로 설계해 화학적으로 합성한 게놈으로 움직이는 세균을 만들었습니다.
세균의 면역 체계로 DNA를 편집하다.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는 세균이 바이러스를 막는 데 쓰던 CRISPR를 원하는 DNA 위치를 정확히 자르는 도구로 바꿨습니다(2020년 노벨 화학상). 2023년에는 이 기술로 겸상적혈구병 치료제가 처음 승인됩니다.
수십 년 무시당한 기술이 1년 만에.
커리코와 와이스먼이 수십 년 동안 무시당하며 연구한 mRNA 기술이 코로나19 백신으로 1년 안에 실용화됐습니다(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같은 해 AlphaFold 2는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해 50년 묵은 난제를 사실상 풀었습니다.
20년 만에 채운 빈칸.
2003년의 ‘완성된’ 게놈에도 반복 서열이 많아 읽지 못한 약 8%의 빈칸이 있었습니다. T2T 컨소시엄은 긴 서열을 읽는 새 기술로 마침내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는 인간 게놈을 발표했습니다.
신경세포 14만 개와 그 연결 전체.
FlyWire 컨소시엄은 초파리 뇌의 신경세포 약 14만 개와 그 사이의 연결 5천만 개 이상을 모두 그린 커넥톰을 발표했습니다. 복잡한 뇌의 배선도 전체가 그려진 것은 처음입니다.